아웅산 수치, 버마 국민의 승리를 축하합니다

지난 9월 8박9일 일정으로 갔던 미얀마 여행.

레 호수에서 1박을 하고 마지막 여정지인 양곤으로 날아가기 위해 혜호(heho)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는데 쿵짝쿵짝 북과 징을 쳐댔다. 잔치라도 열렸나..



"아웅산 수치 여사가 곧 도착하는 모양입니다." 현지인 가이드 주주씨가 얘기했다. 인레 지역 선거운동을 위해 곧 혜호 공항에 도착하는데 환영인파들이 나와 있다는 것.



보딩을 하고 공항 안으로 들어가니 또다른 인파들이 꽃을 들고 여사를 맞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평소 아웅산 수치 여사에 대한 관심은 남들이 알고 있는 정도밖에 없었지만 혹시 마주치게 될까 가슴이 뛰었다. 노벨평화상을 탄 인물 아닌가. 수치 여사의 비행기가 도착하기 전 우리는 양곤행 비행기에 탑승해야 했고 미얀마 민주화의 대모를 마주칠 기회는 다음 번으로.. 아쉽도다..



미얀마 국민들의 아웅산 수치여사에 대한 애정은 여행 중간중간에도 여러번 느낄 수 있었다. 여행 가이드북에서는 민감한 정치 이야기를 절대 하지 말라고 했으나 바간이나 인레 같은 시골에서는 대다수 국민들이 그를 얼마나 지지하는지 알아차리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위는 미얀마, 아니 세계 최고 맥줏집이라 평가하는 바간 맛집거리의 '노벨'. 동서양의 모든 음식을 취급하는데 스파게티를 시키든 똠양꿍을 시키든 기본 이상의 맛을 냈다. 단품에 안주는 단돈 2000~3000원!. 무엇보다 매우 품질 좋은 미얀마 생맥주를 잔당 700원에 마실 수 있다. '노벨'을 그대로 뽑아다 우리 동네로 옮겨 오고 싶었을 정도.



'노벨' 안에 걸려 있던 미얀마 수치 여사의 초상화. 쿠바에 가면 곳곳에 체 게바라 그림이 걸려있다던데 이런 느낌일까. 왜 가게 이름이 '노벨'이냐면 수치 여사가 과거 노벨상 수상 후 가택연금에서 해제되고, 바간으로 유세를 왔다. 이집 주인이 감동받아 직접 여사에게 허락을 맡고 '노벨'이라고 술집 이름을 지었다는 것. 양곤에서는 가택연금당했던 실제 수치 여사의 집을 한번 지나치기만 했다.


가이드 주주씨에게 소상한 현지 여론을 들을 수 있었다. 이제 아웅산 수치여사의 연세가 워낙 고령인 탓에 연말 선거가 중요하다고 했다. 미얀마에서 대학을 졸업하면 한국돈으로 월 30만원 가량의 급여를 받는데 도시 1인 가구 한달 생활비가 50만원 정도. 그중 월세가 상당 부분(정확한 액수는 기억이 안남)을 차지해 미래를 준비할 수 없이 살아야 한다는 얘기다. 즉 수십년동안 이어진 군사정권(은 아닌 대통령제지만 군부가 미는 대통령이 통치한다는 측면에서 사실상 군사정권)을 끝장을 내야 애 키우고 먹고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 미얀마의 근대사와 아웅산 수치 여사에 대해 다시 공부했다. 뤽베송 감독과 양자경 누님이 2011년에 만든 영화 '더 레이디'도 구해서 봤다. 미얀마 대통령 선거는 직선제가 아닌 국회의원들이 뽑는 과거 한국으로 치면 '체육관 선거' 시스템인데, 영화 '더 레이디'에도 나오듯이 수치여사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 배우자가 외국인인 사람은 출마를 못 하도록 법을 뜯어고쳤기 때문. 그저 놀러 갔던 수백만 킬로미터 떨어진 낯선 나라의 일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귀국한 지 며칠 안 돼 홍대 럭키스트라이크 바에 술을 마시는데 손님들이 각국 화폐에 소망을 적어 벽에 붙이고 있었다. 200짯(미얀마 화폐)에 나도 한 줄 적어 천장에 붙여 달라고 했다. 직원 왈 미얀마 짯은 아마 그 가게에 처음일 거라고 ㅎ


그리고 오늘 11월 9일, 어제 치러진 미얀마 총선 결과가 나왔다. 어제 오늘 외신을 계속 보게 됐다. 혜호 공항에서 마주칠 뻔한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가 거의 압승을 한 모양이다. 여당이 패배를 인정했다고 하는데 과거처럼 결과를 납득하지 않고 판 뒤집지는
않는 모양새다. 물론 개헌 등 앞으로 난관이 많지만 중요한 발걸음을 디딘 것임은 분명하다. 미얀마, 아니 버마 국민들 축하합니다. 미얀마 민주 진영은 미얀마 군인들이 지은 이름이고 옛 이름 버마를 쓴답니다. 아래는 현지 유권자들의 투표 인증샷.



 

by 쿨쿨쿨 | 2015/11/09 20:12 | 트랙백

트랙백 주소 : http://honnezo.egloos.com/tb/2195669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