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풀>, 성인용 '잔혹극'인 줄 알았더니..중2병 '잔잔극'

화끈섹끈한 마블 히어로 영화가 나왔다기에 기대했던 '데드풀'.
역시나 19금 폭력과 농담이 거의 모든 장면에 널려있지만
잔혹하지도 않고 웃기지도 않고 무엇보다 잔잔하더라.
(시체로 'FRANCIS' 글자를 널어 놓는 장면 하나 웃겼음)

영화를 보는 내내 '중2병'이라는 단어가 계속 맴돌았는데
"우리도 이런 거 만든다" "기존 히어로랑은 다르지?'(실제 주인공이 이런 대사를 침)
중2병에 걸린 마블의 주입식 징징댐을 2시간 내내 당한 기분.

R등급 액션, 대사는 이 영화의 최대 무기인 셈인데 장식 역할밖에 못한다.
새로운 캐릭터나 히어로물을 만들어내는 데 기여하는 바가 전혀 없다. 
기존 히어로물과의 '차별성'을 내내 강조하는 역할까지만 한다. 
계속 "재미있지?" 강요해대는데 그에 대한 답은 "재미 없다"다.

'데드풀'은 한마디로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수퍼히어로 영화가 왜 7~8년 전부터 엄청난 인기를 끄는지에 대해 별 생각을 안 해 본 듯.
히어로물의 이정표가 된 작품을 세 가지정도만 꼽자면
'스파이더맨' '다크나이트' '캡틴아메리카 : 윈터솔저'

하기 싫은 일, 해야만 하는 일 사이의 딜레마. 그리고 청춘의 사랑.
선과 악이 모호한 지옥같은 세상에서 살 길은 무엇인가.
냉전 시대에 대한 성찰... 이런 것들을 녹여내 장르 자체를 새로 탄생시켰다.
영화가 새롭다,고 할 때의 긴장감은 이렇게 나온다.

애들이나 보는 허황된 만화들이 남녀노소 다 즐기는 작품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히어로물의 한계를 명확히 인정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데드풀은 히어로물에서 그간 볼 수 없었던 표현수위 말고는 보여줄 게 없는 영화.
피 튀기고 섹드립친다고 새로워지는 게 아니다.. 데드풀 웨이드 윌슨은 
스파이더맨의 피터파커, 배트맨의 브루스 웨인보다 전혀 발칙하지 않고
오히려 더 안전하고 무난한 길을 찾는 것처럼 보인다.

'여자애 같은(데드풀이 한 표현)' 본명(프랜시스) 말고 
자꾸 에이잭스라는 이름으로 부르길 강요하다 줘 터져 죽는 악당처럼
'데드풀'은 히어로물의 재미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고 엉뚱한 데서 숭늉을 찾다 망한 것만 같다.

by 쿨쿨쿨 | 2016/03/21 01:03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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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에규데라즈 at 2016/03/21 10:23
애초에 히어로 물이 아니니까요 ㅋㅋ
물론 심각하게 밍밍합니다 .
다음 씨리즈에선 제작비가 좀 많으니 원래 하려던 오방난장을
보여주겠죠 ... 케이블도 나온다니 ;;;
Commented by 포스21 at 2016/03/21 13:25
뭐 그럭저럭 취향에 맞았는지 재밌게 봤습니다. ^^ 기대치에 부합하는 쪽이었달까요?
Commented by 디디k at 2016/03/21 20:39
저도재밌긴했지만 19금요소들이 생각보다 못미쳐서
기대보다 실망이컸던 작품이었어요.
ㅋㅋ말씀하신부분들 좀 아쉽긴 하지만 저예산으로 다른 히어로들과의 차별화에 포커싱을 뒀기에 그정도면 뭐 그럭저럭 성공한 작품이라고 보이네요 ㅋ
Commented by Shishioh at 2016/03/21 20:44
데드풀 개그를 이해하려면 해외생활좀 하셔서 해외감성을 가지시거나....
(실제로 외국인들과 같이 보러가면 외국애들이 빵터지는 장면에 한국사람들은 조용합디다
번역가가 대사를 맛깔나게 번역 못한 이유도 큼)
데드풀 만화나 개그를 겪어보셔야 합니다.

애초에 영화 자체가 큰돈 안들이고 가볍게 웃으라고 만든 영화니..
다른 마블시리즈에 비교하셔도..=_-)

Commented by OrangeBelt at 2016/03/22 04:52
이게 바로 그 글이군요. 모르는 사람이 슈퍼 히어로 영화인줄 보고 적은 감상이라더니, 정확합니다.

"그럼 슈퍼 히어로 영화를 볼 때 마다, 그 히어로가 어떻게 생겨먹은 놈인지 알고 봐야 한단 말이냐?"

... 그건 아닌데요, 문제는 데드풀은 슈퍼 히어로가 아니에요. 빌런도 아니에요. 저새끼는 그냥 데드풀이에요. 그걸 모르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지극히 난해함에 빠질 겁니다. 제 친구는 페이스북에 "내가 뭘 본거지?" 라고 했더군요. 그녀석도 캡틴 아메리카 같은, 뭔가 음모조직에 맞서 싸우는 정의의 히어로... 그런걸 기대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데드풀에 히어로를 기대하다니, 넌 돈을 날린 거다" 라고 말해줬습니다.
Commented by 쿨쿨쿨 at 2016/03/30 00:34
그냥 적은 글인데 댓글이 달릴 줄 몰랐네요 ㄷㄷ 의견들 감사합니다. 조금 첨언할게요

데드풀에 대해 스터디를 이후 해봤는데 얘가 스파이더맨 배트맨쪽 족보가 아닌 넘이더만요. 제가 이해하기론 걍 양아치고 걜 데리고 만든
영화가 나온 건데 제가 지나치게 진지 빨고 글 쓴 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저한테 재미 없었어요. 마블 마니아 커뮤니티에 오지 말라는데 굳이 침투해 기어이 보고 이 영화를 비난한 게 아니라 백주대낮 버젓한 상영관에서 봤거든요. 마블 캐릭터들을 다 알 수는 없잖아요.

제가 실망스러웠던 부분은 히어로 무비인 줄 알았는데 히어로가 아니더라, 가 아닙니다. 히어로든 그게 아닌 양아치든 현실에 없는 스판복 입은 캐릭터가 날뛰는 영화 장르에 다크나이트 특히 스파이더맨2 같은 영화가 한 전형을 만들어줬고

따지고보면 데드풀도 그 수혜를 입어 나올 수 있는 소품인데 요녀석, 정확히는 요 영활 만든 녀석들은 선배들의 공로를 인정하기는 커녕 진부하다 비웃고 비아냥대더라 말이죠. 이 부분에서 데드풀이 전혀 섹시한 영화가 아니란 이야기입니다. 왜냐

앞선 영화들보다 폭력수위 말고 독특한 게 없이 오히려 더 안이하게 쭉 나가면서, 재미의 상당 부분은 선배 영화들은 따분해, 난 안 그래, 이렇게 호소하는 게 유일한 재미거리일 뿐인 영화라는 얘기에요. 데드풀이 기존 유사 영화들의 클리쉐를 조롱하지 않고 지 갈 길만 갔으면 이런 생각은 안 들었을 겁니다. 더 아쉬운 건 데드풀이 핵심 줄기는 스스로 조롱했던 영화들 못잖게 진부하고 고전적인 공식을 따랐다는 거죠. 소울메이트와의 순수한 러브스토리는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장치입니다. 제게 데드풀은 사지절단 쌍욕으로 칠갑했을지언정 박신양 전도연의 '편지'같은 영화처럼 안전하고 얌전해 보입니다.

물론 마블팬분들에겐 이런 영화가 나온 것 자체가 흥분거리일 수 있단 건 알겠습니다. 하지만 마블 캐릭에 무지한 단순 영화팬이자 다크나이트, 스파이더맨2를 사랑하는 영화 애호가에게 데드풀은 철딱서니만 없는게 아니라 개념마저 미탑재한 망나니 사촌동생을 보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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