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코>를 권한다

마이클 무어의 영화는 선전, 선동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끔 한다.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선전, 선동에 경기를 일으키는 나 같은 사람도 끝까지 보게 하고, 뭔가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끔 하는 그의 다큐는 힘이 세다.

<식코>를 보고 더욱 그랬다. 재기를 줄인 <식코>는 다큐멘터리의 진경을 보여준다.
형식적인 부분에서도 그렇지만 메시지가 진국이다. (왜 그런지는 이미 많은 이야기나 나와 있으니 생략)
마이클 무어의 논리비약과 잘난체 같은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고 그것이 상당 부분 일리가 있지만
그것이 적어도 2008년, 특히 한국에서는 그다지 깊이 고민되야할 당위성을 확보하지 못한다.

마이클 무어가 아무리 쉽고 재기발랄하게 만들었다고 해도
<식코>의 메시지는 커녕 '팩트' 자체는 대다수 한국인들의 의식과는 너무도 멀다.
의료보험이 어쩌고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기어이 한나라당을 찍으며 "그럼 누굴 찍냐" 이러는 우리 어머니 같은 분들이 대다수인 나라 아닌가.
어머니 세대 욕할 게 아닌 게, 나도 해야 할 치과 치료를 십년 가까이 미루며 "괜찮다, 나중에 돈 더 벌어서 하지 뭐"라 생각하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한국의 의료보험 제도가 "나 정도가 치과 치료 받으면 기본이 300만원" 식으로 나의 의식을 장악하고 조종해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소름이 끼쳤던 것이다.

<식코> 막판에서 911 사태 때 구조대에 참여했으나 지금은 질병에 신음하는 이들을 배에 태우고 관타나모로 가거나
자신의 안티 사이트 운영자의 부인이 앓아서 사이트가 폐쇄되자 백지수표를 끊어 주는 대목에서는
"그 양반 참 어지간 하구만" 하며 고개가 절레절레 저어지기도 하지만
아직 2008년, 한국에서 <식코>가 던지는 메시지, 아니 팩트는 평범한 절대다수의 한국인의 삶과 무관하다.

의료보험은 그 무엇보다 우리의 '평범한' 삶과 밀착된 아주 중요한 것이지만 대다수 한국인들은 미국의 서민들이 제 손으로 살을 꿰매는 것에 얼마나 관심이 있을까.
<식코>의 어느 신문광고를 봐도 잘 나타난다. "이명박이 봐야 할 영화"라는 문구만 대문짝만하게 있지, 이 영화의 핵심인 '의료보험'이란 얘기는 쏙 빠져 있었다.
의료보험을 다룬 영화이지만 의료보험이라는 재미없는 문구를 넣어 봤자 관객 유도에는 오히려 마이너스라는 사실을 마케팅 담당자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멍청하게 당하고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됐을 때 쌍욕을 하는 한국인들 특유의 습성이 발휘될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이지만
정말이지 많은 사람들이 <식코>를 봤으면 한다. <식코>를 권한다.

by 쿨쿨쿨 | 2008/04/27 02:06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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