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문근영

[김혜리가 만난 사람] 배우 문근영 (2008.6 씨네21)

-애니콜 광고와 KTF 광고 속 춤추는 모습을 보고, <댄서의 순정> 이후 공개적으로 춤을 출 수 있어 내심 신나겠구나 짐작했어요. 근데 KTF ‘디자인’ CF는 여파도 좀 있었죠?

=춤을 출 수 있어 반갑긴 했는데 힙합풍 애니콜 광고는 촬영장에 가자마자 ‘문워크’를 해야 한다는 거예요. 몸이 마음을 안 따라서 차 안에 숨어 울었어요. 그리고 독기가 났는지 그날 밤 멀쩡히 촬영을 했죠. ‘디자인’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도 ‘간단한 율동’이라고 듣고 갔는데, 뮤지컬 배우들이 고난도의 점프턴을 하고 있는 거예요. (웃음) 그 광고에 대한 반응이 재미있었어요. 안 좋게 보는 분들이 대다수였는데 “문근영은 이런 모습이 아니야”라는 반응에 저는 ‘여러분이 콩깍지가 씌워 잘 못 보고 있는 거예요. 이게 나예요’라고 속으로 답했죠. 그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제 모습이 섹시해 보였거든요. 그전까지 섹시한 연기가 어색했는데. 지금이라면 제대로 봐주지 않을까요?

-살아오면서 누구를 증오해본 적 있어요?

=음, 제 자신이요. 내가 상처받기 싫다는 방어 심리의 연장으로 나쁜 결과에 대해서도 스스로에게 책임을 물을 때가 있어요. 의식이 늘 내 자신을 향해 있달까, 설명하기 힘든데요. 무척 이기적이면서도 이타적인 거예요. 남들은 배려심이 많다지만 실은 내가 이 사람한테 상처를 주면 그 상처가 내게 되돌아올까봐 혹은 남을 상처준 사실 자체가 상처가 될까봐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 거예요. 결국 누굴 죽도록 미워할 상황이라도 하루 이틀 그러다 그 사람 행동을 납득하고 내 자신에게 책임을 돌려요.


-반대로 누군가를 지독히 좋아한 적도 없는 게 아닐까요. 예전에 사랑이 커지려고 하면 막는다는 말을 어느 인터뷰에서 했어요. 요령이 뭐예요?

=피드백이 안 생기게 하면 돼요. 내가 그를 좋아하는 걸 그가 알고 그가 나를 좋아하는 걸 내가 알면 감정이 커질 수밖에 없어요. 진짜 최고는요,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한다는 걸 그가 전혀 모르는 거예요. 네, 초기 진압. (웃음) 이젠 안 그래도 될 것 같은데 상대가 없어요! 사실 이번에 <바람의 화원> 기대했거든요. 드라마를 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고 꿈꿨는데 그중에는 은근 사랑도 꿈꿨겠죠? (웃음) 그런데 여전히, 남자배우들 나이가 너무 많아요! (소리 높여) 사무실 농간이 아닐까도 생각해요. 자꾸 이렇게 갈수록 상대역 나이가 많아질 순 없다고요! (좌중 폭소) 더군다나 극중 윤복의 형 영복은 <명성황후> 때 고종 역을 했던 이준 오빠고 윤복을 괴롭히는 도화서 화원 강효원은 <어린 신부>의 야구부 주장 박진우 오빠라니까요.

-한국 고전문학을 좋아한다고 밝혀왔는데요. 현대 한국소설이나 외국소설 취향은 어떤가요?

=학교 수업 따라가기도 힘들어서 책을 많이 못 읽었어요. SF나 판타지는 아니지만, 살면서 생길 수 있는 엉뚱한 일, 엉뚱한 캐릭터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소설을 좋아해요. 요즘은 천명관 작가의 <유쾌한 하녀 마리사>를 재미나게 읽고 있죠. 베르베르의 <나무>도 그런 이야기들의 집합이고요. 아사다 지로 소설도 좋아요. 에쿠니 가오리의 장점은 흔치 않은 방식으로 정서를 풀어놓는다는 것? 그러나 고전에 비하면 농축된 느낌이 덜해요. 고전이 좋은 이유는 제약 때문이에요. 남녀 주인공의 사랑만 해도 만나지 못하는 사정의 압박이 심하고, 휴대폰도 없으니 엇갈리고 오해할 여지도 많잖아요. 시조라면 형식과 압운을 맞춰서 써야 하는 제약도 있고요. 그 모든 제약에서 진한 맛이 우러나요. 반면 행복해지는 방법, 마음이 여유로워지는 법을 알려준다는 책은 잘 안 읽어요. 옛날엔 이럴 수 있구나 하면서 봤는데 이젠 읽어보면 다 아는 내용이에요. (웃음) 알지만 안 되는 걸 어떡해요?

by 쿨쿨쿨 | 2008/06/29 03:27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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