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의 개막장 웹 편집 : 고종석, 섹스 칼럼니스트 데뷔??

대한민국 제1의 명문가(혹은 그 중 하나), 고종석 아자씨가 섹스 칼럼니스트 데뷔라도 한 거신가...
우연히 쟈철에서 한국일보를 보다가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 연재를 봤다.
아는 사람은 알다시피 십년도 훨씬 전에 문지에서 고종석 선생은 동명의 책을 낸 적이 있다. 
일명 '사랑어 사전'이랄까. 책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은 대개 짧은 단문인데 신문연재다 보니 꽤 길게 썼다.

순간 조금 놀랐지만 놀랄 일은 아니었다. 이 분은 그간 시(詩), 도시와 한국어에 관해 연재한
'시인공화국 풍경들' '도시의 기억' '말들의 풍경'을 각각 '모국어의 속살' 그리고 이하 동명의 책으로 엮었다.
'모국어의 속살'은 못 읽었다. '말들의 풍경'은 예전의 '감염된 언어' 같은 국어학 관련 명저에서 일부 자기표절한 부분도 있긴 하지만 역시 좋다. '도시의 기억'은 여행이나 낯선 곳에 가서 읽기 딱 좋다. 

아마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도 이처럼 책으로 묶일 것이다. 벌써 24회였고 11일자 주제는 '딸내미'였다.
긴 글이지만 한 마디로 말하면 "딸 갖고 싶다"가 요인데, '원치 않던' 아들만 둘을 둔 고씨 아자씨의 '딸 패티시즘'에 가까운, 조금은 주책맞은 고백을 낄낄거리며 재밌게 읽었다.

재탕이니 일부 자기표절이니 의혹이 있더라도 오늘날, 한국일보에서 가장 읽을 만한 기사는 고 선생의 연재라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한국 신문을 통틀어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거의 십몇년 전 매주 감질나게 소년챔프에 연재되던 '슬램덩크' 만큼 앞으로 기다리며 읽게 될 것 같다.

이런 얘기를 쓰려고 글을 시작한 게 아닌데 잡설이 길었다. 각설하고,

제목에서 썼듯' 고종석 섹스 칼럼 데뷔'라는 눈 뜨고 보고도 믿기지 않는 사실을 이야기하려고 시작한 글이다.

집에서 인터넷판 한국아이닷컴에 가 지난 연재를 보니... 있는

'성적 충동 당신은 언제 느끼십니까?'
'알콜과 흡연 성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선하, 섹시한 포즈'
'여자에게 쾌감을 주는 스킨십'
'섹시한 그녀의 귓속말'


같은 배너 광고는 그렇다 치자.. 한국아이닷컴에 원래 있던 류의 광고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어려운 언론, 먹고 살아야 하니깐..

그런데 기사 맨 끝에 달린 링크를 보자.


☞ 관련시리즈 <13> 오르내리는 쾌감이야 말로 남녀 사랑의 생리학

☞ 관련시리즈 <12> 여인숙 옆방 커플의 숨소리에 잠못이뤄…

☞ 관련시리즈 <11> 모름지기-당위로서의 무지(無知)

☞ 관련시리즈 <10> 길거리 그녀들이 몸 팔고 받는 '화대'의 진짜 의미

☞ 관련시리즈 <9> 구강성교에 쓰이는 건 혀뿐이 아니었다

☞ 관련시리즈 <8> 사랑의 기호 손톱은 제 가장 안쪽에 순결을 품고 있다

☞ 관련시리즈 <7> 젖가슴처럼 함부로 드러내서는 안 될 그것

☞ 관련시리즈 <6> 가냘픈 그녀에게 끌리는 또다른 이유는

☞ 관련시리즈 <5> 혀놀림의 기술은 유혹의 기술이고 사랑의 기술

☞ 관련시리즈 <4> 땀으로 흥건히 범벅돼 미끈거리는 육체를

☞ 관련시리즈 <3> 메아리가 사랑의 말이라면 그 사랑은 자기애일 것

☞ 관련시리즈 <2> 섹스, 수줍고 부끄럽고 감춰야 할 것 같은

☞ 관련시리즈 <1> 입맞춤은 일종의 섹스 행위이다



이건 한국아이닷컴이 배너광고처럼 수익 창출을 위해 링크해 놓은 섹스칼럼인가?

누르면 뭐시기 비뇨기과로 연결되는 CPC 광고인 것일까?

천만에!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으로 연결된다!

오르내리는 쾌감이야 말로 남녀 사랑의 생리학 을 누르면
그네-자유와 사랑의 비행선(飛行船)

여인숙 옆방 커플의 숨소리에 잠못이뤄… 를 누르면
바람벽-허깨비가 노는 스크린

........

어떤 식이냐면 구강성교에 쓰이는 건 혀뿐이 아니었다 라는 링크는 잇바디-눈 속의 매화 라는 제목의 글이다. 이 글은 '치아'에 관해 음성학적으로, 국어사적으로 내용을 기술하고 '사랑니'를 사랑에 연관시켜 끝맺고 있다.

내용 중에 '혀만큼 결정적이진 않지만, 이도 혀처럼 펠라티오 같은 구강성교에 쓰인다. 구강성교가 아니더라도, 성적 열정은 흔히 이로 표현된다.'라는 부분이 있는데 여기서 귀신같이 기가 막히게 제목을 유추해 낸 것이다!

위의 열 세가지 제목이 다 이런 식이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민망하다..

"최진실 결혼 못해!!............ 바빠서" 같은 스포츠신문의 제목 뽑기는 비교도 안 되는 내공이다. 존경스럽다.

눈 뜨고 보고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0805/h2008051902322586330.htm 

한국일보가 이 정도였단 말인가.
정말 한 시대 최고의 판매부수와 영향력을 가졌던 신문사가 맞는가.
어려운 언론사의 매출 증대를 위해 성인 배너 광고를 붙이는 건 이해할 수 있다 쳐도
한국일보를 대표할 만한 읽을거리이자, 
현존 한국 최고의 명문(중의 하나)인 고종석 선생의 글의 제목을 적극적으로 왜곡, 변형해
색정적인 비뇨기과 CPC 링크 광고를 흉내내 바꿔 놓다니..
섹스칼럼을 비하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섹스칼럼이라 생각하고 쓰지 않았을 것이 분명한데
제목 변용을 통해 섹스칼럼니스트로 오해할 수 있게끔 떡밥을 던지다니...

차라리 비뇨기과의 광고를 붙이던지,
낚시를 할 게 없어서 이런 식으로까지 글을 제목을 비틀어 클릭수를 늘려야만 하는 것인가.
다름 아닌 고 선생의 글을.
고 선생 본인은 이걸 알기나 할까.

놀라운 창의력에 헛웃음이 나오면서도 매우 씁쓸하다.


* 혹 한국아이닷컴이 링크를 없앨까봐 캡처해 두었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링크라고 생각한다.

by 쿨쿨쿨 | 2008/08/12 03:46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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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레디오스 at 2008/08/12 09:28
쓰러지겠군요. -_-;;
Commented by woodstock at 2008/08/12 10:00
제목 보고 깜짝 놀라서 들어왔더니만...정말 가관이군요-_-;;; 어찌 이런 일이.
Commented by 깊고푸른 at 2008/08/12 12:34
한때 한국일보의 매니아였던 저는..
한국일보의 몰락이 안쓰러워요..--;;
다만, 인터넷 신문의 수익모델이란게 빈약하다보니..--;;
Commented by 자그니 at 2008/08/13 14:11
저렇게해서라도, 하나의 클릭이라도 더 벌어보고 싶은 편집자의 마음...이지요... (그런데 작가는 어디에? -가 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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