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인터뷰

지승호, 인터뷰

전문 인터뷰어라고 자처하는 지승호 씨의 신간을 하나 샀다. 이 사람 인터뷰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더 정확히는 싫어하는 쪽에 가깝다. 본인에게 실례가 될 지 모르겠으나, 인터뷰이보다 (지성이라든지 통찰력 등이 현저히) 부족한 사람이 너무 '안깐힘'을 쓴다는 느낌 때문에. 저자는 강준만의 '인물과 사상' 류의 책을 읽으며 사회의식을 키웠고, 노무현 집권에 열광했으며, 이른바 진중권, 김규항, 고종석, 한홍구 등 '진보적 지식인들'을 편독하며, 문화적으로는 동세대 한국영화에 심취한 사람일 것이다. 심각한 편견이자 지레짐작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그간 내놓은 책들을 종합해보면 그렇다. 그런 사람이, '성실성'이라고 인터뷰이들이 칭송하지만 사실은 편집광적인 텍스트 수집을 통해, 별 통찰력도 없이 대책 없이 질문을 내 뱉은 결과물인 인터뷰 글들은 내겐 버거웠다. 특히 행간마다 인터뷰이의 심드렁한 태도("니가 좀 내 글을 읽고 왔나 본데, 그래서 어쩌라고")가 드러났던 고종석 인터뷰 같은 건 괜히 나까지 민망했을 정도였다. 지승호에 대한 이 막말은 곧 내게로 돌아온다. 사람은 자기와 닮은 이를 싫어하기 마련이다. 적어도 나는 노무현 집권에 열광하지 않은 점만 빼고는 지승호와 거의 흡사한 지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내가 그 사람의 인터뷰를 보면서 드는 딱한 기분은 곧 나를 향한 것이다. 이건 연민일 수도 있겠다. 뛰어나지 못한 사람이, 뛰어난 사람들이 읊고 쓴 텍스트들을 긁어 모아 그 앞에 대고 제시하는 행위란, 생각해보라, 얼마나 가련한가. (하지만 분명히 밝히면, 동병상련이 아니다. 내가 딛고 있는 현실은 그 '과'인 것은 인정하나 강력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어쨌든 신간은 재미있게 읽었고, 이 짓도 열 두 권을 넘어가니 무슨 경지가 생기는 것 같다는 생각. 내 잡생각은 말 그대로 잡생각이고, 인터뷰이에 대해 궁금한 것을 충분히 전하는 것만으로도 인터뷰어의 역할은 충분한 것 아닌가. 그의 가련한 '성실성'이 일가를 이루길 바란다.

by 쿨쿨쿨 | 2007/10/23 01:47 | 트랙백(26)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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